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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오중석, 김태희를 인터뷰하다 Wednesday 06 July , 2011 찬란한 20대를 보낸 배우 김태희는 예뻤다. 30대에 만난 그녀는 ‘예쁨’에서 한결 자유로워진 여배우의 모습이었다. 라스베이거스에서의 김태희는 여전히 아름다웠지만, 그보다 빛난 것은 그녀의 진심이 담긴 연기에 대한 열정이었다.

시간은 자정을 넘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뒷맛이 쌉싸래한 레드 와인을 세 잔째 비우고 있었고, <인스타일>을 대신해 김태희를 인터뷰할, 10년 가까이 그녀를 카메라에 담은 포토그래퍼 오중석이 그녀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목이 뒤로 젖혀지도록 숨넘어가게 웃다가도 이내 미간을 찌푸리며 골똘히 생각하곤 했다. 발그레진 양 볼을 두 손으로 감싼 채 잠시 눈을 감기도 했다. 가장 편안한 순간의 김태희였다. 잠시 후, 그녀가 커다란 눈을 천천히 뜨며 입을 열었다.

김태희(이하 김) 저를 인터뷰하신다고 했을 때 정말 흥미로웠어요. 어떤 이야기가 오갈지 시작 전부터 기대되네요.
오중석(이하 오) 그전에, 이번 라스베이거스 화보를 찍으면서 느낀 것이 있는데, 이야기해도 되나요?
물론이죠. 정말 궁금해요.
제 느낌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화보 촬영을 하면서 느끼지 못한 적극적인 모습이 신선했어요. 좀 더 능동적으로 바뀌었다고 하면 맞을까요?
맞아요. 드라마 <마이 프린세스>를 하면서 좀 더 적극적으로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어요. 모든 면에서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도 생겼고요.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한순간에 백팔십도 바뀌는 사람은 많지 않죠. 저도 마찬가지고요. 배우로 살면서 삶이 변하고, 생각이 변하고, 세월이 변하면서 자연스럽게 마음까지도 변한 거겠죠. 30대가 되면서 여유도 좀 생겼고요.
드라마 <아이리스>와 <마이 프린세스>로 연기력 논란을 잠재웠는데,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나요?
연기를 잘한다는 말은 배우에게 최고의 찬사잖아요. 특히 <마이 프린세스>를 하면서 많이 편해졌어요. 촬영 중반부를 넘어서니 ‘아, 내가 즐기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더 즐거워졌죠. 제가 이렇게 변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에요. 그 자신감을 찾아준 게 바로 저를 응원해주시는 많은 분들이고요.
정말 하고 싶었지만, 결국 하지 못했던 역할이 있나요?
지금껏 받아본 시나리오 중에는 없었고, 꼭 한 번 하고 싶은 작품은 영화 <러브 레터>처럼 잔잔한 여운이 남는 감성적인 영화예요. 근래 한국 영화 중 잔잔한 멜로는 볼 수 없었잖아요. 아쉬운 부분이죠. 한국인의 감성을 제대로 건드리는 작품, 꼭 해보고 싶어요.
노출은요? 아직 김태희에겐 힘든 도전일까요?
네, 아직은 자신 없어요.(웃음) 드라마 <아이리스>에서의 베드 신 정도가 지금으로서는 최선인 것 같네요. 아직도 시상식 드레스를 입을 때 어색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어요.
그런 어색함 때문에 패셔니스타가 될 수 없었나 봐요.(웃음)
(눈을 살짝 흘기며) 인정해요! 전 쇼핑을 즐기는 타입도, 패션에 관심이 많은 사람도 아니니까요. 아니, 그동안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좀 바뀌었어요. 데뷔 초기에는 제 스타일을 찾지 못해서인지 어떤 옷이든 입어보고 시도해봤죠. 그래서 패션 테러리스트라는 불명예도 얻었고요.(웃음) 이젠 시상식에도 여러 번 참석해봤고, 화보 촬영 경험도 꽤 생겨서 저에게 어울리는 옷, 어울리지 않는 옷 정도는 파악해요.

여자가 쇼핑을 좋아하지 않는 경우는 드문데….
하하, 그래서 이제 좀 흥미를 붙이려고요. 요즘엔 예쁜 옷도 사고, 액세서리에도 관심이 많아졌어요. 언젠간 꼭 베스트 드레서에 뽑히고 말겠어요!
라스베이거스에서 서커스 ‘오쇼’를 재밌게 보던데, 평소 문화생활을 즐기나 보죠?
정말 신나요. 콘서트도 자주 보고, 뮤지컬도 즐기는 편이죠. 얼마 전 마룬5 내한 공연에 다녀왔는데 무척 재밌었어요. 사실 마룬5는 이름과 노래만 아는 정도였는데, 어느 날 TV에서 우연히 그들의 인터뷰 장면을 보게 됐죠. 아니, 메인 보컬이 너무 잘생긴 거예요!(웃음) 그래서 당장 티켓을 끊었죠.
잘생긴 남자를 좋아하는 것을 보니 김태희도 어쩔 수 없는 여자군요.
(웃음) 잘생긴 남자를 싫어하는 여자가 어디 있겠어요. 물론 남자친구가 잘생기면 좋겠지만, 전 그보다 제 마음을 설레게 하는 사람이 좋아요. 거기에 위트까지 있으면 더 바랄 게 없죠. 30대가 되니까 판타지 같은 사랑보다는 현실적인 사랑이 현명하다는 것을 느끼죠. 결혼 생활을 연애하듯 파란만장하게 하면 너무 힘드니까요.
일, 가족, 사랑.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요?
사랑이 제일 중요해요. 아, 그 속에 가족의 사랑도 포함되어 있어요.(웃음)
마치 지금 사랑하고 있다는 얘기로 들리는데, 맞나요?
노코멘트해도 되겠죠?(웃음)
30대의 김태희, 어떤 것들이 변했나요?
예전엔 모호했던 일이나 가치관이 조금씩 확고해지는 것 같아요.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가야 할 길이나 추구하는 방향이 잡혀간달까. 물론 지금도 확고하게 정해졌다고 장담할 순 없지만, 적어도 내가 어디로 가야 하고 어떻게 가야 하는지 감을 잡았다고 하면 맞겠네요.
그만큼 욕심도 많아졌겠군요.
김태희의 색다른 모습을 자꾸 보여주고 싶어요. 매번 똑같은 모습, 저 같아도 지겨울 것 같으니까요. 매번 맡은 역할에 따라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 배우라는 직업의 장점이잖아요. 그런 장점을 잘 살리는 것도 배우의 몫이죠.

김태희는 이미 최고의 스타인데, 최고일 때 변화하고 싶어 한다는 게 놀라워요. 흥미롭고요. 최고의 자리는 아무나 지키는 게 아니군요.
손발 오그라드는 이 멘트는 뭐죠? 오늘 마신 와인, 제가 사야겠네요.(웃음)
그럼 한 잔 더?(웃음) 여배우로서 나이 들어가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두려운가요?
젊음이 점점 사라져가는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늙지 않는 사람은 없잖아요. 그 나이에 맞는 아름다움을 찾아서 대중에게 보여주는 것도 배우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나이 때문에 맡을 수 없는 배역이 분명 있겠죠. 최근에 읽은 시나리오가 10대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었는데, 재미있고 욕심나는 역할이었어요. 하지만 지금 제 나이에는 할 수 없잖아요. 감독님도 ‘네가 10년만 어렸어도…’라며 말끝을 흐리시더라고요. 반면 며칠 전 이자벨 위페르의 영화 <코파카바나>를 봤어요. 극 중 그녀는 철없는 엄마로 나오는데 너무나 아름다워요. 50대의 여배우가 작품을 이끌어가는 모습이 그 어떤 젊은 여배우보다 매력적이었죠. 그녀처럼 나이가 들어서도 그에 맞는 좋은 역할을 충분히 맡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20대에 이룬 소중한 것이 있나요?
사람이죠. 지금 저를 지지해주고, 제 옆에서 저를 지켜주는 김태희의 사람들이요. 어? 그러고 보니 오 실장님도 20대에 만난 소중한 인연이네요.(웃음)
그 소중한 인연에 끼워주다니 영광이군요. 다음 작품은 결정했나요?
일본 드라마예요. 기대도 크지만 그만큼 걱정도 많아요. 무엇보다 우선 일본어를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데 말이죠.(웃음)
곧 30대를 맞이하는 이들을 위해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저도 아직 30대 초반이라…. 좀 더 살아보고요.(웃음)
우리의 아름다운 30대를 위하여! 짠~
어머, 전 벌써 다 마셨는데요?(웃음)

자세한 내용은 인스타일 7월호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기획 / 박해미 최한나 사진 / 오중석 메이크업 / 정샘물(정샘물 인스피레이션) 헤어 / 김윤정(정샘물 인스피레이션) 스타일리스트 / 이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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